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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News, Trading Note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참여 논란, 쉽게 설명드립니다. (ft. 석유화학제품 파는 기업이 보험사에 투자..? + RBC 설명)


12.09일자로 태광산업(상장사)이 비상장사 흥국생명의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있었어요. 이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흥국생명(비상장사)


이에 태광산업의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갑자기 발끈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와 태광산업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죠.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제품인 폴리에스터, 아크릴원료를 주로 판매하는 회사이고 흥국생명은 보험사로 사업내용도 전혀 관련이 없죠. 그렇다면, 관련도 없는 기업에 왜 4000억원씩 돈을 투자하냐 이겁니다.

이는 트러스톤의 말이 맞습니다. 흥국생명의 지분을 단1도 태광산업은 갖고 있지않아요. 다만,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씨가 흥국생명의 100% 지분을 갖고 있죠. 이는 명확히 기업과 개인으로 구별해야할 것 같아요. 만일, 여러분이 건설붐이 일어서 한 건설사에 투자했다고 해봐요. 여러분은 이때 '건설사'에 투자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건설사의 최대주주가 자신이 투자한 다른 의류판매(예시) 사업이 적자가 나자 자금 수혈을 해주려고 합니다. 자신의 개인돈이 아닌 회사돈으로 말이죠. 그럼, 이 회삿돈에 여려분의 지분이 있었죠? 여러분도 간접적으로 의류판매회사(: 여기선 흥국생명)에 돈을 투자한 것이 됩니다. 내 의지와는 별개로 말이죠.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뉴스


트러스톤은 6%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에요. 물론, 이호진씨와 친가, 그리고 자사주까지 합하면 78%의 태광산업 지분율이 있기에 이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맞아요. 다만, 지분이 많다고 해서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고 심지어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곳에 투자하면 더더욱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죠.

이에 한국증권거래소에서 태광산업에게 정확한 해명을 요구했고 바로 태광산업은 공시를 올립니다.

태광산업 공시 / 전자공시시스템

결론을 얘기하면, 확정은 아니지만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 달 이내로 답변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부정은 하지않습니다. 혹시나 만일이라도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는 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트러스톤은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자산 1.2조원 넘는 돈을 주주들을 위해 쓰던가 새로운 사업을 하라고 주장합니다. 상장을 했으면 주주들을 위해서 일하라는 것이죠. 일리있는 말입니다. 태광산업이 갖고있는 현금 & 현금성자산만 해도 트러스톤이 말한대로 1.2조원이 넘습니다.

태광산업 현금성자산 / 단위 : 백만원


그러면, 이제 궁금해집니다. 왜 흥국생명은 유상증자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요?

RBC비율 높이느라 바빠진 생명보험사들 : 이거 못채우면 영업못해!


RBC 비율이란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는 겁니다. 다른 말로 '지급여력'이라 부르죠. RBC : 가용자본/요구자본 x100 으로 나눈 것인데, 분자인 가용자본이 많을 수록 수치가 올라가 지급건전성이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금융당국은 RBC 비율 150% 정도 유지를 요구하고 있어요. 다만, 저금리일 때는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300%가 넘었었죠. 저금리로 돈을 막 끌어다 쓸 수 있으니 가용자본이 많아진 탓입니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기도 했고 2023년 부터 금융위는 RBC산정하는 방식을 원가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꾼다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그동안 원가 기준으로 자본(사실상, 보험부채 : 고객 돈이기에) 측정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금리가 들쑥날쑥하고 증권시장이 흔들리다보니, 금융위 입장에서는 보험사들이 돌리고 있는 증권들의 가치를 계속해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 고금리의 저축성보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보험사들이 추후 시장금리가 낮아진다면, 금리차이가 생기게 되죠. 그럼, 보험사들의 자본평가액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면, 혹여나 금융위의 RBC 150% 이상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영업을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과연, 흥국생명만 난리가 났을까? 다른 보험사는? : 자본 확충하려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앞서 RBC비율 산정방식 : 가용자본 / 요구자본 x 100 이라 말씀 드렸죠. 그래서, 새로운 RBC산정방식으로 인한 가용자본이 떨어질 것을 예상한 보험사들이나 이미 기준치에 미달하는 생명보험사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가용자본을 늘릴려고 후순위채권 발행이며 유상증자하려 노력했어요.

예시 )
1. DGB생명보험 : RBC 84.5%(22.1분기) -> 유상증자 2차례(1820억원) -> RBC 165.8%(22.2분기)
2. 농협생명 : 유상증자 + 후순위채권발행 :1.4조원 -> 신종자본증권 : 2,500억원 -> 총 1.65조원 자본확충
3. 이외 MG손보(매각예정), 한화손해보험(RBC135.9% : 미달 -> 유상증자예정)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보험사들의 RBC비율 미달율이 심하여 자본확충하려고 유상증자, 후순위채권을 발행하여 가용자본을 끌어모으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글의 주인공인 흥국생명은 금융위가 22.6월 기준으로 발표한 RBC 비율에서 간신히 157.8% 지급여력을 기록하며 한 번은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어요.

다만, 흥국생명이 22.11월 콜옵션을 행사하여 자본금이 빠져나간 점.

흥국생명의 사태는 싱가포르에서부터 예고되어있었다 : 신종자본증권이 대체 뭐길래?


신종자본증권은 말 그대로 '신종'자본이에요. 이게 참 논란이 많아요. 신종자본증권은 보통 만기가 30년짜리 채권처럼 굉장히 긴 채권을 발행했을 때, 들어오는 자본입니다. 아니, 채권을 발행했다는 것은 빚이 생겼다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자본으로 잡히냐구요? 워낙 만기도 길고 만기일까지는 중간 이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해석이에요. 그래서, 장기만기채권을 발행한 회사들은 자본금이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실제 재무제표에서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분류된다 / 신종자본증권의 비율이 실제 자본금보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 흥국생명보험 재무제표


문제는 신종자본증권의 만기가 사실상 1년이면 모두 중도상환해서 갚아버린다는 것이 전세계 증권계의 불문율입니다. 사실 상 만기가 30년이어도 평균적으로 1년안에 이자와 함께 원금도 갚는 것이 관행이었죠. 이는 채권자, 채무자 입장에서 모두 괜찮아요. 채무자 입장에서는 중도상환하지 않을 시(보통, 1년안에 중도상환하지않으면 이자율을 높이는 관례때문) 올라가는 이자율을 걱정안해도되고 채권자 입장에서도 이 기업이 뭐라고 30년동안 기다리겠습니까.

이러한 신종자본증권채무를 흥국생명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지고있었죠. 하지만, 22년 11월 흥국생명의 중도상환날짜가 다가왔는데 갚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를 콜옵션(Call Option)이라 해요. 내가 가진 빚을 중간에 갚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거죠. 왜냐하면, 달러로 갚아야하는데 이 달러환율이 아시다시피 11월에는 상당히 많이 올라있었습니다.

원달러 환율 / 달러가격이 22년 치솟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5500억원 정도 되는 외화빚을 안갚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애초에 신종자본증권이 만기가 기니깐요. 다만, 내가 중간에 콜옵션 행사를 하지않고 이자만 계속 갚겠다는 것인데, 시장의 관례와 맞지않아서 파장이 커진거죠. 그래서, 한국의 기업들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발행하는 외화채권들이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채권은 가격이 떨어지면 이자를 더 줘야하니 한국 생보사들이 채권을 발행 할 때 이자가 급격히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어요. 한 번 무너진 신뢰는 쌓기가 정말 힘들죠. 그래서, 금융위가 뒤에서 봐준 듯 은행권에서 흥국생명의 환매부조건채권(RP : Repurchase Agreement)을 사주고 자금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사태를 모면합니다. 결국, 흥국생명은 콜옵션 행사를 하죠.

* 환매부조건채권 : 흥국생명이 가진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단기간내에 흥국생명이 원래 자신들이 갖고 있던 채권을 다시 구매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거래

정리

1.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정도로 긴 채권 -> 장기채권발행회사는 빚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재무제표에 신종자본증권이라 명시되어 있음)
2. 다만, 장기채권은 중도상환(콜옵션)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흥국생명은 높아진 환율로 콜옵션 하지않겠다 발표 -> 해외시장참여자들 흥국생명 채권의심 갖기 시작 -> 은행권에서 흥국생명의 RP매매를 함으로써 자금조달
3. RP판매로 단기자금생긴 흥국생명 결국 콜옵션행사로 빚 갚음



만일,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태광산업이 참여하게 된다면, ESG의 'G : Governance'에 심각한 침해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